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최근 전세시장에선 매물을 구하기 위해 줄지어 매물을 확인하고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14일 중개업계와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최근 전세난을 겪는 세입자들의 애로가 담긴 전세 임장(현장 방문) 경험담 등이 공유되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서울의 한 아파트 현관 앞에 9개 팀 10여명이 줄을 서고 있었다. 이들은 희귀한 전세 매물을 보러온 사람들로 대기한 뒤 순서대로 집을 둘러봤다. 이후 계약하겠다고 밝힌 5팀을 대상으로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제비뽑기를 통해 최종 계약자가 선정됐다.
또 다른 서울의 한 대단지 아파트 단지에서는 매물이 없어 중개업소 관계자가 집을 보러온 사람들에게 대기 번호를 주기도 했다.
아예 전세 매물이 나오면 집을 보지 않고 바로 계약금부터 입금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세 계약 만기가 다 되도록 새로운 전셋집을 찾지 못해, 집주인과 갈등을 겪는 세입자들의 사연도 전해진다. 전세난 스트레스가 심해져 속병이 생겼다는 세입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전세 품귀현상이 지속하면서 전셋값도 장기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 조사에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08% 올라, 67주 연속 상승세를 지속했다. 1년이 넘는 기간 멈춤 없이 오르기만 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는 또다시 추가 규제를 예고하고 나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기재부 간부 회의에서 “가을 이사 철을 맞아 전월세 시장 물량과 가격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추가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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