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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석 전 세일이엔에스 대표 | 사환으로 시작해 CEO 13년…건설업계 여걸 - 매일경제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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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9일 ‘삼성물산이 7700억원 규모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마감 공사를 수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계약 뒤편에서 열심히 움직인 이가 있다. 반도체 클린룸 시공 전문 겸 공조설비 전문 시공사 세일이엔에스에서 13년 동안 대표를 역임한 후 지난 4월 초 퇴임한 심기석 전 대표(65)다. 세일이엔에스는 이 공사 공조설비를 담당한다.
입찰설명회 때부터 삼성전자는 이미 퇴임식까지 치른 심 전 대표를 굳이 찾았다. 5월 말부터 이 일과 관련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는 심 전 대표는 “마지막 마무리를 한다는 마음으로 힘을 보탰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1955년생/ 1973년 2월 영등포여고 졸업/ 1973년 5월 세일설비공업사 입사/ 2007년 5월 세일이엔에스 대표이사/ 2017년 1월 대한설비공학회 부회장/ 2020년 5월 한길에셋원 부회장(현)
사진설명1955년생/ 1973년 2월 영등포여고 졸업/ 1973년 5월 세일설비공업사 입사/ 2007년 5월 세일이엔에스 대표이사/ 2017년 1월 대한설비공학회 부회장/ 2020년 5월 한길에셋원 부회장(현)
현대아파트와 현대반도체 공장(현 SK하이닉스) 등 굵직굵직한 공사를 함께했던 현대건설에서는 심 전 대표를 불러 ‘감사패’ 수여식을 열어줬다. 현대건설에서 퇴임하는 협력사 대표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 감사패 스토리는 심 전 대표가 건설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주는 단면이다.

건설업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여성 대표. 작은 업체도 아니다. 2019년 매출액 2300억원에 영업이익 77억원을 기록한 중견 시공사다. 거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9살에 사환으로 입사해 CEO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이것만으로도 CEO 시절 이미 유명했던 그이지만, 퇴임 이후 또 다른 이야기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공주 출생 심 전 대표가 세일이엔에스에 첫발을 내디딘 때는 1973년 5월 6일. 둘째 오빠가 “친구 회사인데 전화 받을 사람이 없어 고생한다더라”라며 청계천 한 사무실로 데려갔다. 어두컴컴한 건물 한편에 자바라 문이 달려 있던 허름한 사무실. 직원 3명은 늘 밖에 나가 있고 달랑 책상 두 개, 소파 하나 있는 사무실을 매일 혼자 지켜야 했다. 전화 오면 전화 받고, 주문 들어오면 문 걸어 잠그고 나와 물건 사서 갖다주고, 그렇게 하나하나 일을 배워나갔다.

▶열아홉에 ‘전화 받고 잔심부름’으로 시작

공조설비 업계 첫 여성, 사원 출신 CEO

“초창기에는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들었어요. 대부분 용어가 일본어로 돼 있어 무슨 말인지를 아예 못 알아듣겠는 적이 허다했거든요. ‘이건 한국말로 뭐예요’ 물어서 적어놓고 그렇게 일했어요. 처음엔 딱 두 달만 도와주려 했는데 하다 보니 재미있는 거예요. 사람 목소리를 잘 기억해 전화가 오면 ‘○○이시죠’ 하며 일처리를 해주니 거래처에서도 좋아했고요. 그렇게 회사에 눌러앉아 계속 일하게 됐습니다.”

워낙 직원이 없던 탓에 전화 받고 잔심부름해주기로 시작한 일은 점차 범위가 넓어졌다. 결정적으로 인정받게 된 계기는 견적 업무를 담당하면서다.

“배관 건설에 필수로 들어가는 보온테이프는 보통 50개들이 상자로 들어옵니다. 1롤에 50m라고 돼 있고 가격도 그 기준으로 치렀는데, 다 풀어보니 롤당 42~48m밖에 안 되는 거예요. 1롤 50m로 계산하면 여기서부터 견적이 어긋납니다. 저는 보온테이프는 매입금액에 7%를 더하는 식으로 원가를 계산했습니다. 동리베트라는 부품은 1㎏으로 사는데 이것도 계산을 대충 하고 있더라고요. 1㎏을 세어보니 270개 정도 되길래, 개당 얼마인지 산정했고요. 이런 식으로 꼼꼼하게 원가를 계산해 올렸어요. 견적서를 받은 사장님이 엄청 놀라셨죠.”

▶‘남아도, 밑져도 잘해줘라’ 제1원칙

직접 모든 현장 다 찾는 스킨십 경영

깔끔한 견적 업무 처리 능력을 인정받아 구매까지 총괄하게 됐다. 구매부장이면 앉아서 구매만 하면 되는데 직접 현장을 훑고 다녔고 이는 자연스레 영업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견적, 구매, 영업, 자금, 총무, 인사까지 아우르고 2007년 CEO 자리에 올랐다. 당시 업계에서 여성 CEO도 최초였고 직원에서 시작해 CEO 자리에 오른 이도 최초였다. 오죽하면 ‘세일에 얼마나 사람이 없으면 여자를 대표 시켰냐’는 말이 돌았다고. 보통 시공사 대표는 일감을 따낼 요량으로 큰 건설업체에서 데려온 사람이거나, 아들이나 친인척이 오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야말로 더욱 화제였다. 한바탕 소문의 주인공이 돼 CEO 자리에 오른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을 터. 심 전 대표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남아도, 밑져도 잘해줘라’가 제1원칙이다.

“남는 공사는 다 잘해줍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밑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도 잘해줘야 합니다. 그때 성심성의껏 일해주면 상대방 마음에 그게 다 빚으로 남습니다. 그리고 다음번 공사 때는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지요. 그런 마음가짐을 회사에 심어놓은 걸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으로 생각합니다.”

두 번째, 아무리 바빠도 직접 모든 현장을 꼭 다 찾는다는 원칙이다. 삼성전자 휴대폰 베트남 공장 건설 때는 베트남까지 날아갔다. 800명이나 되는 베트남 현지 현장 직원들을 위해 베트남에 진출해 있던 파리바게뜨에서 케이크를 수백 개 준비해갔다. 보통 몇십 명 규모인 현장을 찾을 때는 꼭 좋은 술 1병을 들고 갔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장 직원들은 그렇게 좋아하더라고요. 어떤 시공사도 CEO가 현장을 찾아 그렇게 해주는 곳이 없다면서요.”

달랑 술 한 병만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심 전 대표 가방에는 몇천원 안팎 정성 어린 선물이 늘 가득 차 있기로 소문나 있다. 독특한 손수건, 여행용 칫솔·치약 세트, 치간 칫솔, 파우치, 손부채 등 잘 사지 않지만 있으면 좋은 아이디어 소품이 대부분이다. 어떤 날은 괜찮은 선물을 찾기 위해 다이소를 10번씩 돈 적도 있을 정도. 이렇게 준비해간 선물은 모든 현장 직원에게 일일이 다 전달하고 나온다.

이런 노력은 세 번째, ‘절대 NO는 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이어진다. ‘돌관공사’라는 용어가 있다. 장비와 인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해내는 공사를 의미한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기한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은 공사도 심 전 대표는 늘 “YES”라고 답했다.

“현장에 가서 언제까지 이 일을 꼭 마무리해야 한다 당부하고 으쌰 으쌰 하면 신기하게 다 되더라고요. 어떤 때는 ‘정말 할 수 있나 싶으면서도 그냥 던져봤는데 대단하다’는 반응도 나오고요. 건설사 사이에서 ‘세일은 무슨 일을 맡겨도 기한 내에 다 해준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더욱 찾는 곳이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취임 당시 700억원 정도던 세일이엔에스 매출액은 2019년 2300억원으로 증가했고, 공조설비 업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위상으로 성장했다.

“제 이야기가 지금 세대에는 크게 공감받지 못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 성공의 큰 원칙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자리에 있든지 ‘내 일이다’라는 생각으로 하는 것, 그리고 조금 작은 곳에서는 더욱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나중에 보면 그 기회가 인생의 선물 같은 존재였음을 깨닫는 날이 올 거라는 것을요.”

심 전 대표는 최근 부동산 컨설팅 전문업체 한길에셋원 부회장으로 제2인생을 시작했다.

[김소연 부장 sky6592@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63호 (2020.06.17~06.2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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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15, 2020 at 08:1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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