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이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당분간 냉각기를 맞을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사태로 북한이 국경을 걸어 잠근 데 이어 이어 미국 협상팀의 인사이동 변수가 더해지면서다.
11~12일, 방한 알렉스 웡 대북특별부대표 언급
코로나에 인사 이동에, 당분간 북·미 냉각기 불가피
비건, 언제라도 최선희 만나겠다는 입장은 여전
12일 한·미 워킹그룹 관련 소식통들에 따르면 알렉스 웡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는 지난 10~11일 방한 기간 한국 측 인사들을 만나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에 (협상 재개를 위해) 매달리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앞서 CNN은 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까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 정부 당국자가 협상이 사실상 “죽었다(dead)”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실무자들까지 ‘협상 교착’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면서 실무협상 재개가 상당 기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북·미 대화는 지난해 10월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로 사실상 단절 상태다.
미국 측의 이런 기류는 두 달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12월까지만 해도 미국은 북측을 향해 강도 높은 대화 재개 메시지를 날렸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지난해 12월 16일 한국을 찾아 “북한의 카운터파트들에게 말한다. 우리는 여기 있고, 당신들은 우리한테 어떻게 연락할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등으로 현실적인 여건을 감안해 (협상을 재개하자는)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내지 않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무리하게 협상 재개를 독촉하기보다 북한이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숨을 고르는 시기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비건 대표도 최근 “최선희 외무상이 응답한다면 지금이라도 만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뜻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11일(현지시간) 알렉스 웡 부대표가 유엔 정무담당 차석대사로 인사이동이 확정되면서 비건팀이 사실상 와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말 비건 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했을 때도 “대북 업무의 집중도가 흐려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한 정부 소식통은 “설사 웡 부대표가 팀을 떠난다 하더라도 유엔 차석대사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관련 업무를 직접 하는 자리”라며 “한국이 지원군을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엔 차석대사 자리는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실제 부임까지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려 당장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닌 것으로 본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북·미 대화가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남북교류 활성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기류도 정부 내에서 읽힌다. 한 소식통은 “큰 틀에서 한국이 치고 나가긴 어렵지만 소소한 남북 교류를 성사시키기에는 지금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워킹그룹 회의에서도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세부적인 협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미국 측은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검토하려면 한국이 구상하는 관광의 방식과 형태가 먼저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2020-02-12 07:35:0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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