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착취 끊어낸다 “n번방 전원 조사” - 한겨레
문대통령 “인간의 삶 파괴 행위”
경찰에 특별조사팀 구축 지시
‘n번방 재발 방지 3법’도 추진
여당 “20대 국회서 반드시 처리”
기본소득당 신지혜 경기 고양정, 신민주 서울 은평을 예비후보가 23일 오전 국회 앞에서 연 ‘엔(n)번방 사건 국회가 공범이다’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1인시위에 쓸 손팻말에 피해자 보호 관련 문구를 써 넣고 있다. 이들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수사기관 내 디지털 성폭력 전담 부서 제정이나 범죄 예방을 위한 엄격한 양형기준 등 주요 내용을 누락한 채 너무 늦게 제정됐다며, 불법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한 협박과 이를 시청·저장한 공범자들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엔번방 원천 봉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텔레그램 등을 활용한 성착취 범죄 처벌 강화 여론이 확산되면서 대통령과 정치권이 이에 응답하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놨다. 대통령은 텔레그램 ‘엔(n)번방’ 회원 전원에 대한 조사를 경찰에 지시했고, 여당은 ‘엔번방 사건 재발방지 3법’ 20대 국회 임기 내 통과를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엔번방 성착취 범죄에 관해 “한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잔인한 행위”라며 “경찰이 특별조사팀을 강력하게 구축해 엔번방 회원 전원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들에게 “아동 청소년 16명을 포함한 피해 여성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국민의 정당한 분노에 공감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영상물 삭제뿐 아니라 법률·의료 상담 등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 할 것”이라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순식간에 300만명 이상이 서명한 것은 이런 악성 디지털 성범죄를 끊어내라는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절규로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법 개정에 나설 뜻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아동청소년법 11조에 성착취물을 소지한 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는데 형벌이 좀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관련 법 개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진선미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텔레그램 엔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법무부, 경찰청,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와 언론 및 시민단체가 참석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엔번방 사건 재발방지 3법이 국회에 조속히 통과되도록 하겠다. 20대 국회가 거의 마무리되었는데 국회를 새로 소집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과 남인순·권미혁 의원 등 민주당 여성 의원 10여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엔번방 사건 재발방지 3법’을 발의하고 20대 국회 임기 내에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엔번방 3법에는 △성적 촬영물 이용 협박을 형법상 특수협박죄로 처벌 △불법 촬영물·복제물 다운로드 행위 자체를 처벌하며 촬영, 반포, 영리적 이용에 대한 처벌 강화 △불법 촬영물에 대해 즉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이 담겼다.
진 의원은 “성착취를 끊어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가장 강력한 처벌”이라며 “간담회에서 제안된 내용을 살펴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서지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은 “일베, 소라넷 등 이미 동일하고 유사한 범죄가 셀 수 없이 일어났지만 누가 처벌받았나”며 “지금처럼 성범죄를 옹호하고 묵인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진정한 지옥에 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재구 성연철 이지혜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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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3 10:19:5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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