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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급증에 정부 화들짝…조사 방식 변경, 단시간 일자리 증가 탓 - 한겨레

비정규직 급증에 정부 화들짝…조사 방식 변경, 단시간 일자리 증가 탓 - 한겨레

과장이 하던 언론 브리핑
통계청장·기재 차관 등 총출동
“올해와 전년도 조사 결과는
시계열적으로 단절된 것”

전문가들 “다양한 원인 복합작용”
고령화·경지부진 여파 등 꼽아
최저임금 인상도 영향 가능성
“기간제 사용범위 재한 등 필요”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용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19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용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힘써왔음에도 올해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비정규직 규모가 1년 전보다 86만7천명 증가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등 정규직화를 독려해온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이에 놀란 정부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담당 과장이 진행하는 일반적인 언론 브리핑과 달리, 정부서울청사로 무대를 옮겨 통계청장이 직접 발표했다. 거시경제를 전담하는 기획재정부 1차관과 고용을 책임지는 고용노동부 차관도 자리를 함께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공식 통계로 1년에 한차례 공개된다. 통계청이 이날 공개한 비정규직 증가 폭은 86만7천명에 달했다. 지난해 비정규직 증가 폭(3만6천명)의 24배가 넘는 당혹스러운 수치다. 이에 브리핑에 나선 강신욱 통계청장과 김용범 기재부 1차관 등은 “올해 부가조사와 전년도 결과는 시계열적으로 단절된 것”이라며 지난해 조사 결과와 선을 긋는 데 주력했다. 이들의 설명대로 이번 조사에는 그동안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숨은 비정규직’(35만~50만명 추산)이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 ‘정규직’ 노동자로 분류됐던 이들이다. 통계청은 그동안 ‘따로 고용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노동자들의 경우 근무 형태를 확인해 정규직 등으로 분류해왔다. 올해는 이들에게 ‘예상 고용계약 기간이 얼마입니까’라고 추가(병행 조사)로 물었다. 그랬더니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수 있는지 각자 생각한 기간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관행적으로, 혹은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둬야 했던 ‘기간의 정함이 없던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아니라 비정규직인 ‘기간제’로 바뀌었다. 노동계는 이번 조사가 국제노동기구(ILO)가 권고한 새 기준에 따라 노동시장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그동안 통계상 실제보다 과소 추계됐던 비정규직 수가 새로 드러난 결과”라며 “특수고용노동자 등 더 많은 비정규직이 정부 통계에 포함될 수 있도록 기준을 개선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비정규직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숨은 비정규직’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비정규직이 15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추산한 숨은 비정규직의 최대치는 50만명이다.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 증가 규모(87만명)를 고려하면, 이와 관계없이 늘어난 비정규직이 적어도 37만명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이날 공개된 시간제 노동자 규모는 315만6천명으로 지난해(270만9천명)보다 44만7천명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시간제 노동자 폭증에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먼저 고령화 추세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상승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단시간 일자리로 취업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일본의 경우 한국보다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데, 고령화 진행과 함께 정규직 노동시장이 흡수할 수 없는 노인들이 경제활동에 참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비정규직 비중도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경기 부진의 여파로 서비스업 등 생산성이 낮은 일자리가 주로 늘어나는 것 역시 비정규직이 느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9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 수가 34만8천명 늘어나며 고용이 개선됐지만, 숙박·음식점업(7만9천명), 보건·복지서비스업(17만명) 등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늘었다. 제조업(-11만1천명), 금융·보험업(-4만3천명) 등 이른바 ‘좋은 일자리’는 줄었다. 취업자 수 증가가 오히려 비정규직 비중을 늘리는 역설이 발생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등이 인건비 부담으로 돌아와 비정규직이 늘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시간제 일자리 증가는 서비스업 발전과 고령화, 여성의 노동 참여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등 노동 비용 상승에 따라 사업주들이 ‘쪼개기’ 등 악용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책 우선순위는 기간제 노동자 등 더 질 나쁜 비정규직에 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였다. 이날 드러난 ‘숨은 비정규직’이 대부분 기간제라는 사실에서 보여지듯 정규직 노동자의 경계에서 노동의 질을 악화하는 주범은 바로 기간제 노동이라는 문제의식이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민간 부분에 필요한 비정규직 대책으로 기간제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등 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요구해왔다”며 “지금까지 법안조차 제출되지 않은 것이 비정규직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미 선담은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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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9 12:38:1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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